같은 축전압이 걸려도 윤활 상태에 따라 베어링이 받는 손상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5년 2월 학술지 Wear 에 실린 논문으로, 전기차 구동모터 베어링을 대상으로 회전수와 윤활유 점도를 바꿔 가며 방전을 관찰했습니다.
유막이 만들어지면서 전압 상태가 세 번 바뀐다
모터가 돌기 시작하면 베어링 안에 윤활유 막이 서서히 자리를 잡습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베어링에 걸리는 전압이 저항성 → 혼합 → 용량성 순서로 변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유막이 얇을 때는 금속끼리 직접 닿아 전류가 그냥 흐릅니다(저항성). 유막이 두꺼워질수록 베어링은 축전기처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전하가 쌓였다가 절연이 버티지 못하는 순간 한꺼번에 터집니다(용량성).
논문이 지목한 손상의 주범은 이 용량성 상태의 방전입니다. 유막이 제 역할을 하는 정상 운전 구간에서 오히려 전기적 손상이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점도가 낮아지면 손상의 모양이 바뀐다
더 눈에 띄는 결과는 점도 쪽입니다. 윤활유 점도를 낮추자 손상이 플루팅(세로 홈)에서 프로스팅(서리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방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점도가 낮아지면서 방전이 더 자주, 더 낮은 전압으로 일어나는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한 번에 크게 때리던 것이 여러 번 약하게 때리는 형태로 바뀐 셈입니다.
플루팅은 프로스팅이 진행된 다음 단계이고 진동·소음으로 이어집니다. 손상이 덜 심각한 형태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실험은 전기차 구동모터를 오일로 윤활하는 조건에서 이뤄졌습니다. 산업 현장의 유도전동기는 대부분 그리스 윤활이라 수치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는 참고할 만합니다.
첫째, 손상 모양이 방전 성격을 알려주는 단서가 됩니다. 베어링을 열었을 때 세로 홈이 뚜렷하면 낮은 빈도로 크게 방전된 것이고, 서리처럼 뿌옇게 퍼져 있으면 자주 약하게 방전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윤활 사양을 바꾸는 것은 원인 제거가 아닙니다. 손상의 진행 속도와 모양을 늦출 뿐, 축에 전압이 남아 있는 한 방전은 계속됩니다. 축전압 자체를 흘려보내지 않으면 언젠가는 같은 자리에 도달합니다.
회전 속도와 축전류의 관계는 모터 회전 속도와 축전류의 상관관계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참고 문헌 — Shutian Liu 외, The discharge characteristics and damages in the EV motor bearings: Influenced by the rotational speeds and lubricating oil viscosities, Wear, 2025. (doi:10.1016/j.wear.2025.205863) 공개된 초록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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