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점검에서 가장 자주 확인하는 항목이 절연 상태입니다. 한국전기설비규정(KEC)은 절연저항을 원칙으로 하되, 정전이 어려워 측정이 곤란할 때는 누설전류로 갈음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현장에서는 후자를 쓰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원칙은 절연저항
저압 전로의 절연저항 기준은 KEC 132(전기설비기술기준 제52조)에 있습니다. 예전의 0.1·0.2·0.3MΩ 체계가 국제 표준에 맞춰 아래와 같이 바뀌었습니다.
| 전로의 사용전압 | DC 시험전압 | 절연저항 |
|---|---|---|
| SELV · PELV | 250V | 0.5MΩ 이상 |
| FELV, 500V 이하 | 500V | 1.0MΩ 이상 |
| 500V 초과 | 1,000V | 1.0MΩ 이상 |
특별저압(ELV)은 2차 전압이 교류 50V, 직류 120V 이하인 회로입니다. 이 가운데 SELV·PELV 는 1차와 2차가 전기적으로 절연된 회로이고, FELV 는 절연되지 않은 회로입니다. 그래서 FELV 는 특별저압이면서도 일반 저압과 같은 1.0MΩ 기준을 적용합니다.
정전이 어려우면 누설전류 1mA
절연저항을 재려면 전로를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24시간 돌아가는 공장 라인이나 입주 중인 건물은 세울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위해 규정은 대체 기준을 둡니다.
정전이 어려운 경우 등 절연저항 측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저항성분의 누설전류가 1mA 이하이면 그 전로의 절연성능은 적합한 것으로 본다.
숫자보다 “저항성분” 이라는 단서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판정이 갈립니다.
「최대공급전류의 1/2,000」은 또 다른 기준입니다
현장에서 1/2,000이라는 숫자를 들으신 분이 많습니다. 앞의 1mA 와 자릿수가 아주 달라서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립니다. 둘은 다른 규정, 다른 대상입니다.
1/2,000 은 KEC 가 아니라 상위 규정인 전기설비기술기준 제27조(전선로의 전선 및 절연성능) 제3항에서 나옵니다.
저압전선로 중 절연부분의 전선과 대지 사이 및 전선의 심선 상호 간의 절연저항은 사용전압에 대한 누설전류가 최대공급전류의 1/2,000을 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어디에서 | 대상 | 보는 것 | |
|---|---|---|---|
| 1mA | KEC 132 | 전로의 절연 판정 | 저항성분만 |
| 1/2,000 | 기술기준 제27조 제3항 | 저압전선로의 절연성능 | 누설전류 전체 |
하나는 고정값이고 다른 하나는 설비 규모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큰 설비일수록 1/2,000 쪽이 훨씬 큰 값이 나옵니다.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 1/2,000 은 전선 한 가닥 기준입니다
가장 많이 놓치는 대목입니다. 조문의 1/2,000 은 전선 1조(한 가닥)에 대한 값입니다. 실제로는 회로의 도체를 한꺼번에 재므로 가닥 수만큼 곱해야 합니다.
단상 2선식 최대공급전류 × 1/2,000 × 2 단상 3선식 최대공급전류 × 1/2,000 × 3 삼상 3선식 최대공급전류 × 1/2,000 × 3
숫자를 넣어 보면 이렇게 됩니다.
| 회선 | 최대공급전류 | 허용 누설전류 |
|---|---|---|
| 단상 2선식 | 20 A | 20 mA |
| 단상 2선식 | 100 A | 100 mA |
| 삼상 3선식 | 60 A | 90 mA |
| 삼상 3선식 | 200 A | 300 mA |
※ 이 값을 보고 「그럼 100mA 까지 괜찮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위 표는 전선로의 절연성능 상한이지, 전기사용장소의 전로가 건전한지를 판정하는 값이 아닙니다. 옥내 전로의 절연 판정은 앞에서 본 절연저항, 그리고 그것이 어려울 때 저항성분 1mA 쪽입니다.
실무에서는 두 값이 함께 쓰입니다. 전선로 쪽 점검에는 1/2,000, 전로의 절연 판정에는 절연저항과 1mA 입니다. 어느 것을 적용할지는 무엇을 점검하는가에 달려 있으므로, 판정서에 쓰기 전에 대상 설비를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저항성과 용량성을 나눠야 한다
전로에서 대지로 흐르는 누설전류는 성분이 둘입니다.
- 저항성 누설전류(Igr) — 전압과 같은 위상. 절연이 실제로 나빠져서 흐르는 성분입니다. 규정이 보는 것은 이쪽입니다.
- 용량성 누설전류(Igc) — 전압과 위상이 어긋납니다. 전선과 대지 사이의 정전용량 때문에 정상 설비에서도 늘 흐릅니다. 절연 불량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반 누설전류계는 둘을 합한 값(Igo)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인버터가 많거나 케이블이 긴 설비에서는 정상인데도 수 mA 가 찍힙니다. 용량성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값을 그대로 1mA 기준에 대면 멀쩡한 설비를 불량으로 판정하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누전차단기가 자꾸 떨어져서 확인해 보면 절연은 멀쩡하고 용량성분이 누적돼 동작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때는 절연을 손볼 게 아니라 회로 분할이나 필터 쪽을 봐야 합니다.
따라서 KEC 기준으로 판정하려면 저항성분(Igr)을 분리해 측정하는 계측기가 필요합니다. 위상을 함께 보는 방식입니다.
어떤 계측기가 필요한가
조건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전압을 함께 물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저항성분은 전압과 같은 위상으로 흐르고, 용량성분은 90도 어긋나 흐릅니다. 두 성분을 갈라내는 것은 크기 비교가 아니라 위상을 기준으로 한 벡터 계산입니다. 그러니 기준이 될 전압 파형이 없으면 원리상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실무적인 판단이 나옵니다. 전선만 물리는 클램프형 누설전류계는 이 계산을 할 수 없습니다. 전압 입력이 없는 제품은 사양서에 「누설전류 측정」이라고만 적혀 있고 저항성분 항목이 없습니다. 값이 아무리 정밀하게 나와도 그것은 합성값입니다.
고르실 때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 기준 전압 입력이 있는가 — 없으면 저항성분을 못 냅니다
- 위상 정확도가 표기돼 있는가 — 전류 크기 정확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위상이 틀어지면 분리 결과가 통째로 흔들립니다
- 설비의 결선 방식을 지원하는가 — 단상 2선·3선, 삼상 3선·4선에 따라 측정 방법이 다릅니다
한 번 재고 끝낼 것인지, 시간을 두고 기록할 것인지도 갈립니다. 간헐적으로 올라가는 누설은 한 번 재서는 안 잡히므로, 그런 설비라면 기록이 남는 쪽이 맞습니다.
다만 이 장비로도 축전류는 볼 수 없습니다. 저항성분 측정은 상용주파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고, 축전류를 만드는 것은 수십 kHz에서 MHz 대역입니다. 대역 자체가 다릅니다. 축전류 쪽은 축전압을 직접 재는 방법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축전압은 어느 규정이 다루나
국내 규정에서 축전압 기준을 찾다가 못 찾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규정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KEC 는 전기 설비의 시공 기준입니다. 배선·접지·절연·보호장치를 다루지, 모터라는 기기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범위 밖입니다. 회전기가 나오는 조항도 절연내력 시험(KEC 133)처럼 권선이 시험전압을 견디는지를 보는 내용이고, 축에 걸리는 전압과는 다른 얘기입니다.
축전압과 베어링 전류는 IEC TS 60034-25(전동기 구동 시스템용 교류 전기기계 적용 지침)와 NEMA MG 1(31.4.4.3 Shaft Voltages and Bearing Insulation)이 다룹니다. 두 규격 모두 축 접지 브러시를 대책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설비도 축전압 대책은 국제 표준을 근거로 검토합니다. 국내 규정에 조항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판단 기준은 축전압은 몇 Vp-p부터 위험한가요?에서 정리했습니다.
누설전류와 축전류는 다른 것입니다
현장에서 자주 섞이는 용어라 짚어 둡니다.
| 누설전류 | 축전류 | |
|---|---|---|
| 경로 | 전로 → 대지 | 모터 축 → 베어링 → 프레임 |
| 원인 | 절연 열화, 정전용량 | 인버터 공통 모드 전압 |
| 피해 | 감전, 화재, 차단기 오동작 | 베어링 전식 |
| 기준 | KEC 1mA(저항성) | NEMA 등 별도 |
누설전류 점검을 통과했다고 해서 축전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측정 지점도 방법도 다릅니다. 축전류 쪽은 베어링 전식 예방 장치와 축전압은 몇 Vp-p부터 위험한가요?에서 다뤘습니다.
다르지만 경로로 이어져 있다
둘은 별개 현상이지만 전류가 흐르는 길에서 만납니다. 인버터는 스위칭할 때마다 공통 모드 전류를 만들고, 이 전류는 접지 경로를 타고 전원 쪽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런데 그 경로의 임피던스가 높으면 전류는 더 쉬운 길을 찾습니다. 모터 축과 베어링을 지나 프레임으로 빠지는 경로가 그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돌아 나가는 것이 순환 전류이고, 베어링은 그 통로가 되면서 상합니다. 외함 접지가 부실하면 전류가 어디로 도는지는 따로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누설전류를 순환 전류의 단서로 씁니다. 접지선에 흐르는 고주파 성분이 크다면 그만큼 공통 모드 전류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이고, 베어링을 경유하는 경로가 있는지 의심해 볼 근거가 됩니다.
KEC 접지를 지켜도 축전류는 막지 못한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접지 규정을 다 지켰으니 괜찮지 않느냐”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접지라도 주파수에 따라 전혀 다르게 동작합니다.
- KEC 의 접지·등전위본딩 규정은 상용주파(50/60Hz) 사고전류와 감전 보호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 반면 인버터가 만드는 공통 모드 전류는 수십 kHz에서 MHz 대역입니다.
- 고주파에서는 도체의 임피던스를 저항이 아니라 인덕턴스가 지배합니다. 단면적이 충분해도 길고 우회하는 접지선은 고주파에 대해 높은 임피던스가 됩니다. 같은 접지선이 60Hz 에서 0Ω, 10MHz 에서 20Ω 이 되는 계산을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즉 규정상 적합한 접지가 고주파에는 나쁜 경로일 수 있습니다.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는데도 베어링이 계속 상하는 설비가 이 경우입니다.
그래서 대책도 따로 필요합니다. 접지 경로 자체를 고주파에 유리하게 만드는 방법(짧고 넓은 고주파 접지 스트랩, 쉴드 케이블)과, 축전류를 축 접지 장치로 직접 흘려보내는 방법입니다. 필터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는 인버터 필터가 막는 것과 못 막는 것에서 다뤘습니다.
확인은 원문으로
이 글은 흐름을 파악하시라고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점검·판정에 적용하실 때는 최신 원문을 확인해 주세요. KEC 는 개정이 잦습니다(KEC 접지 개편부터 2025년 화재 예방 개정까지).
인버터가 들어간 설비라면 값이 훨씬 크게 나옵니다. 수십 mA 가 찍혀도 대개는 정상인데, 왜 그렇게 나오는지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접지선 굵기(KEC 142.3.3)와 누전차단기 종류가 함께 걸리는 문제입니다.
접지선 굵기를 정하는 조항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는지는 따로 정리했습니다.
기준을 알아도 차단기가 자꾸 떨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누전차단기는 저항성분만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절연이 멀쩡한데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우를 따로 정리했습니다.
두 숫자가 다른 문서에서 나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기설비기술기준과 KEC가 어떤 관계인지를 알아 두면 조항을 인용할 때 헷갈리지 않습니다.
